진중권 이해하기보다는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진중권 넘겨집기 정도가 되겠다.
그를 개인적으로 아는 바도 없고,
딱히 그의 책을 깊게 본 것도 아니고,
방송이나 언론 매체 등을 통해
비춰지는 그의 말이나 소식 등으로부터
이해하는 것이니 넘겨집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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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진중권이 이상해졌다고,
바뀌었다고 얘기들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진중권은 바뀐 적이 없고
계속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좀 늙어가 보이기는 한다.
한 달 전인가, 국민의당 초빙 단상에서,
조국과 사회주의를 얘기하면서
눈물을 잠시 글썽였던 모양인데,
한 편으론 젊어서의 이상에 대한 감상이나 감회는
아직 마음 한 켠으로는 버리지 못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한 편으론 늙어서였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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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이해하기 위한 첫번째 단서를 멋대로 뽑자면,
다소 뚱딴지 같지만,
주체사상이다.
80년대, 진중권이 존재해 있었을 법한 그 당대는
주체사상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을 때다.
운동권 내는, 주체사상 문제가 치열한 논쟁거리중의 하나였을텐데,
반대파에서는 그들을 어떻게 극복해낼 것인가,
반대로 주체사상파로 추궁받는 쪽은 자신들은 주체사상이 아닌
사람 중심의 자주적 세계관으로, 반제국주의 민족주의를 따를 뿐이다,
라는 비슷한 얘기로 얼버무리던 시절이었다.
주체사상에 대해, 철학도 뭣도 아닌 비과학적인 관념론에 불과하다라고
신랄하게 비판을 하며,
운동권내 다수파인 민족해방 계열에 대항하던 것이 소수파였는데,
그것이 진중권의 글이었는지,
진중권이 그러한 류의 글을 썼겠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그의 궤적을 보면 틀림없이 딱 그러한 모습 그대로 그 당대에 있었을 것이다.
다수파의 허약한 논리체계에 대해 소수파의 무기는 합-이성에 기반한 비판이었다, 스스로는.
아마도 그 때의 진중권의 모습은 지금보다 더 신랄했을 것이다.
두번째 단서는,
앞의 단서와 연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 즈음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 사이 그 언저리일 것 같은데,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위해 진보진영내 두 계열,
곧 NL-PD 간의 통합 속에서,
누구보다도 먼저 반대하고 탈당한 것이 진중권이었다.
그 때의 그의 일갈이야 자세히 잘 기억 안나지만
(아마 상종하거나 어울려서는 안되는, 진보정치를 망칠 무리 정도로 표현하지 않았을까),
들어오는 무리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야 신랄했음은 물론이었을 것이다.
그의 예견이 맞았다고 해야 할 진 모르겠지만,
나중에 경기동부연합 등으로 대표되는 그룹들의 패악질(로 일컬어지는 행동들)로
출발하여 민노당은 쪼개지고 만다.
통합진보당에서도 그것은 재연되었다.
세번재 단서는,
디워와 명량에 대한 신랄한 영화평이었다.
대중은 다 괜찮고 봐줘야 하는 영화라고 하는데,
미학이론가 진중권은 애국심 말고는 서사구조 같은 영화적 내용에서는
허접쓰레기(정확한 그의 표현까지는 기억 안나지만 비슷한 수위의 표현)로
볼 이유가 없는 형편없는 영화라고,
비슷하게 얘기했었다.
당시, 진중권은 대중들과 각을 세우고 그들이 무슨 욕을 퍼붓든
대중들의 욕하는 수준과 같은 수준으로 그들과 댓거리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평이 맞았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최소한 진중권을 깠었던 수많은 사람들중에
디워를 아직도 옹호하는 이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과거이기도 하지만 옹호하자니 아마 창피해서이기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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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단서들로 보자면,
진중권은
사람이 이상하게 바뀐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결 같은 자세로
계속 자신의 관점과 위치를 지켜오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이 다수파이든, 다수에게 설득력을 가지든, 대중 다수이든,
스스로에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보인다.
패거리를 짓고, 패거리의 힘에 기반해 그럴 듯함을 포장하는 이를 아마 몹시 혐오하는 것 같다.
그래서, 김어준을 한심하게도 보고, 유시민의 행위를 비판했을 것도 같다.
자한당, 통합당을 두고서
왜 같은 진영에 총질을 해대냐고
욕하는 사람들이 염두해야 될 부분은,
진중권은
지금껏 민주당을 같은 진영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을 것이라는 거다.
설사 필요에 의해 사안에 따라서는, 적의 적은 아군이다라고 양보할지라도
그러면서 내부의 모순을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두둔하는 것을 오히려 극도로 혐오할 사람이다.
아닌 것은 아닌 거다.
그것이 놓지 말아야 할
탁월한 비판가 그대로의 자세이다.
타고난 좌파이고, 좌파라면 이래야 하기도 한다.
유시민과의 차별점은 바로 그 부분이다.
대중들의 목소리를 많이 모아가면서 힘을 만들고
지향된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려 기획하는 자세,
유시민의 그것은 비평가라기 보다는
타협을 기본으로 한다고 하는 정치인의 자세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시민이 사회주의자였던 적이 없는 줄곧 자유주의자였다고 한다면,
진중권은 사회주의자로서의 이상을 추구했던 그 마음을 한 켠에는 계속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목에 칼을 채워도
아닌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곤장맞고 유배가는 자세,
그것은 선비적 풍모이기도 하다.
진중권의 언어가 선비의 언어는 아닌
대중의 수준에 딱 맞는 저잣거리 언어 정도이긴 하지만,
한결같은 지조는 선비적이다.
의도된 캐릭터인지는 모르겠으나,
그가 비호감 오버쟁이 논쟁가의 모습이긴 해도,
학자로서 이론가로서의 기본 양심을
져버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내 목에 누가 칼을 들이대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히 두 손 빌고 항복할 것이다.
일단 살아야 된다는 본능이 앞설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없는 그런 길을 꿋꿋이 지키며 걸으려 하는 이가 있다면
그를 최소한 응원은 해야 할 것 같고,
그게 아니라도 인정 정도는 해줘야 할 것 같다.
어느 사회, 어느 집단이 건전하다면,
비판에 유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주체, 수령관 속 존엄도 아닐테니.
조그만 티끌 정도의 흠결에 대한 부당한 비판이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조그만 비판의 틈도 도무지 내주고 싶지 않으려 하는 건 아닌지
진중권의 시선을 통해 그들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