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으면 공산당이라고 했거늘, ‘뿌나’의 끝이 우째 좀 공산당 드라마가 된 것 같다. 주인공들의 말이 너무나 많았다. 아마도 늘어놓은 여러 갈등 구조나 장치들은 많고, 사전에 미리 기획 제작된 것이 아니라 대략의 큰 틀을 가지고서 주어진 회수에 맞춰 대본 쓰고 그때마다 만들어 가는 방식이어서, 이를 제한된 편 내에 모두 정리를 하려다 보니 죄다 대사질로 급 마무리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끝에 대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역시 적지 않은 듯한데, 누가 기승전좆이라고 포탈에 기사 댓글로 올려 놨더군... 뭐, 그 정도로는 아닐지라도 전체적으로 만족이지만 그런 전체에 비해서는 끝이 다소 아쉽다라는 감상들인듯.
혹자들에 의해서는 MB로 해석되는 밀본, 이도를 통해 살짝 노무현의 몇몇 코드를 덧씌워 보이려 하는 의도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추측, 그리고 글자와 SNS의 연관,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나 정서를 연상케 하는 대사들 등등으로 작가가 노빠가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하긴 하겠다만, 많은 이들의 그런 것과 같을 이런 내 일반 수준의 추론이 주변 사람에 의해 지적받은 바대로, 그것은 작가가 노빠라서가 아니라 그런 코드들에 쉽게 혹하고 몰리는 일반 대중들을 낚기 위한 작가 및 제작진들의 잘 계산된 의도라고 하는 것이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들이 노빠이든 아니든 간에. 대중적 정서의 시류를 잘 읽어 그를 긁어줄 것을 잘 엮어 낸 것이겠지. 무사 무휼이나 이방지, 개파이의 대결 구도, 과거, 그들의 캐릭터 및 패션 스타일, 그리고 채윤과 윤평의 대척 등등은 게임적 요소에 익숙해져 있는 이들 및 요새의 젊거나 어린 세대에 대한 배려 혹은 미끼일 수 있다 (혹 게임 제작자들이 벌써 혹해 할 수도...?).
팩션으로 말안될 수도 있는 것은 대충 눈감고 넘어가기를 애당초 안고 출발한 드라마를, 굳이 말안되는 엉터리나 어색하거나 엉성한 설정 따져보기는 말안됨의 삐딱한 공산당식 드라마 관찰 방식이겠지만, 재미삼아 돌려보자면 아래와 같은 것들이 (중요도 순서와 상관없이 생각나는 대로) 짚어질 수 있겠다.
1. 비밀통로로 경성전에 들어온 정기준
이미 많은 이들이 같은 지적을 하듯, 그쪽 통로로 침입하여 사전에 이도를 처치하거나 만들고 있는 글자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있어 잠입 침투의 달인 윤평을 시켜 하면 될 것을, 왜 하필이면 그동안 새카맣게 잊고 있다 죽을 즈음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를 생각하고 이용하게 된 것일까? 사전에 그렇게 했으면 그 고생을 죽을똥 살똥 할 필요도 없고 많은 아까운 목숨을 잃게 할 필요도 없이 진즉에 이도와 단도리 지을 수 있지 않았겠는가?
--> 진작 그렇게 했으면 굳이 극으로 만들어서 보여줄 얘기가 없어지기 때문이기는 함. 그래도, 제작진이 설명을 굳이 하지 않고 생략하긴 했지만 가능한 이유로는, 정기준으로서도 전해 들은 얘기로만 알고 있었고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는데, 쫒기면서 통로 입구에 우연히 이르다보니 생각해내게 되었을 것임. 또는, 사람이 보통 그렇듯,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한 가지 방법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사고의 틀이 경직되어 다른 길을 생각해 보지 못하게 되는데, 정기준이 그런 경직된 사고관을 가진 이라서 그랬을 수도 있음. MB의 오로지 외길 삽질의 경직되고 좁은 가치관을 투영하기 위한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일 수.
2. 해례 소이
훈민정음 해례는 소이의 머리 속에 담겨 있는데, 반포식에서 글자의 제자 원리를 밝히는 해례가 없어서는 아니 된다는 설정은, 다소 무리한 도식이라는 감이 있다. 세종도 다 기억을 못해서 자세한 글자 하나까지 다 알고 있는 소이가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하지만, 제자의 원리까지야 잊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닐테니 원본 해례가 없으면 그냥 원리에 부합되는 새 해례본을 만들면 되는 것 아닐까? 새로 작성하는 것이 시간적 여유도 별로 없어서 원본에 비해 허술하게 될 것 같더라도, 일단 반포식이 더 중요하니, 구색 맞추기 정도로 준비되어도 충분하고 미흡한 부분은 반포식 이후에 해례 보완판을 마련하는 융통성을 발휘해 대응해도 충분한 거 아니었을까? 해례 원판이 없다고 굳이 반포식 못하는 것 또는 반포식의 결점이 된다는 것은 지나친 억지 아닐까?
--> 세종이 무지 꼼꼼한 성격이어서 원본에서 토씨 하나 바뀌는 것도 마뜩치 않아 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까탈스러워서 원래 것이 아니면 반포식 못하겠다고 고집부리고 다그쳐서 밑에 사람들이 그렇게 피를 흘려가면서 소이를 찾아내려고 애를 쓴 것일 게다. 사실은 꼼꼼한 세종도 만약을 대비해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 준비해둔 상태이긴 했으나, 강채윤이 피를 흘리면서 테러를 막아내고 소이가 죽어가면서도 지켜낸 소이의 원본 버전을 전해주니 정성이 갸륵해서 그냥 그 버전으로 반포를 해 준 것일 수도. 무엇보다도 여자의 속곳 천에 씌여진 것이라 나름 오타쿠적 관점에서는 수집 가치가 있는 유일 한정판이라는 장점도...
3. 죽어가면서 해례를 써내는 소이 1
보통 화살이 다시 빼내기 어렵게 만들어지는 법인데 여자가 팔뚝에 박힌 화살을 스스로 빼내다니, 독한년 캐릭터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 그것은 일단 패쓰. 한복이 들어가는 천이 원래 많다고는 하지만, 소이가 써낸 해례가 얼추 봐도 최소 스물 여 장은 되어 보이고 크기도 각 장마다 8절지 정도는 되어 보임에도, 완성 이후의 소이 모습에서는 몸의 노출이 없고 얇긴 해도 멀쩡한 옷을 입고 있다, 대체 어떤 옷을 찢은 건지? 밥 짓다가 끌려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밥 지을 때도 정식대로 다 갖춰 껴입고 있었던 셈이었나?
--> 아마 10월 초 정도일테니 원래 옷을 많이 입고 있었을 수도 있고, 윤평이 소이 또는 궁녀들에 나름 흠모하는 마음도 있어서 납치해가면서도 여벌 옷가지 정도는 더 챙겨갈 수 있게 배려했는 지도 모름. 원래 한복이 그 정도 천은 되고도 남는 것일 수도 있고. 그래도, 15세 시청가능의 드라마이면, 요새 유행인 반전 뒤태 드레스 식으로 반전 한복 또는 하의 실종 한복 노출 장면 정도의 삽입이 있었다면 극의 사실성을 높이고 신세경 팬을 위한 서비스 컷으로 괜찮았을 성.
4. 죽어가면서 해례를 써내는 소이 2
소이가 옷을 잘라내는데, 그 각 잘라낸 페이지가 지나치게 네모 반듯하게 잘 잘라져 있다, 죽어가는 그 와중에 말이다.
--> 소이 역시 이도처럼 평범하거나 정상 성격은 아니어서,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네모 반듯하게 잘라내야만 하는 집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결말이 좋게 되어 채윤이 소이와 같이 살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런 성격의 소유자인 소이의 바가지와 등쌀에 행복한 결혼 생활이 오래 지속되지 못했을 운명이었다.
5. 죽어가면서 해례를 써내는 소이 3
먹물통과 붓, 도대체 저것은 언제 챙겼으며 어디에 감추고 있었던 것일까? 밥 짓고 있다 납치되던 와중이었을 텐데.
--> 원래 소이가 말을 못할 시절부터의 버릇대로 늘 그것을 지니고 다녔을 것이고, 사심과 흑심을 품고 있는 윤평이기에 그를 챙기고 지니고 있을 수 있게 배려했을 것이다. 원래 남의 여자를 넘보자면 더 신경쓰고 더 심혈을 기울여 노력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도 그 많은 해례 장수를 다 채우자면 먹물통은 보다 큰 것이었어야 보다 합당했을 것 같다.
6. 벼랑에 떨어지고도 멀쩡한 소이
소이는 하필이면 벼랑 근처를 달려가며 도망치고 있었고, 개파이는 제대로 화살을 맞춰 직사시키지 못하고 제대로 확인도 안한다. 화살을 맞은 채 벼랑으로 굴러 떨어진 소이는 골절된 데도 없이 약간의 찰과상만 입고 멀쩡히 깨어난다.
--> 개파이의 주종목은 검과 창이지 활은 예부터 명궁이 많은 배달민족의 솜씨에 감히 못 따라오는 수준이었을 것이지만, 그 보다는 그 역시도 흑심이 있어 (낯선 이국땅에 홀로 오래 있다 보면 외롭고 여자가 그리워 충분히 그럴 수) 추적을 따돌릴 수 있게 도망의 편이를 위해 소이의 팔에만 일부러 화살을 맞췄던 것이다, 주변에 있던 것을 쏜 것이니 독화살인지는 까맣게 몰랐던 것이고. 화면 상으로는 안나왔지만, 사실 소이는 골절 또는 그에 준하는 상처를 입어 치료 등을 위해 멀리 갈 생각을 못하고 근처 동굴에서 해례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벼랑에서 떨어지고도 정신 멀쩡히 살아난 것은 구르면서 충격이 완화된 측면이 있어서 이기도 할테지만, 사실 오래 전의 납치에서 탈출할 때는 절벽에서 물 속으로 떨어지고 궁궐 여자가 수영도 잘했던 것인지 멀쩡히 살아남았으니 소이에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7. 벼랑에 떨어진 소이를 못찾아 헤매는 채윤
소이가 납치되어간 밀본 기지를 찾을 때는 기지를 발휘하여 잘도 찾더니, 정작 바로 앞에서 굴러 떨어져 위급에 처한 자신의 여자는 온 산을 헤매면서도 쉽게 찾지는 못한다. 산에서 소리쳐 보면 알겠지만, 정말 멀리까지 들린다. 그렇게 애타게 부르면서 찾는 채윤의 목소리를 못듣는 소이는 쇠귀 아니면 멍충이?
--> 사람이 당황하고 평정심을 유지 못하면 평소의 실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데, 채윤으로서는 그래서 그런 거일 수 있다. 그러나, 한창 일에 집중하고 있는 소이로서는 애타게 매달려 찾는 남자에게는 이제 별로 관심이 없고 귀찮아져 모른 척 한 것이다.
8. 연두를 통해 백성들 사이에 유포되는 글자
연두가 죽음 위기에서 탈출하는 시간과 반포식이 열리는 시간 사이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다. 다른 세 사람에게 글자를 전파하지 않으면 자신에게 탈이 생긴다는 소이의 유치한 행운의 편지 식의 놀이에 넘어갔다 치더라도 물리적으로 전파할 시간이 없었다.
--> 연두는 자신을 시작으로 하여 유포된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지만, 자신 말고도 이미 글자를 알고있는 거지패 두목 김경진도 있었으며 개파이도 있었다. 연두는 개파이가 자신하고만 친한 줄로 역시 착각하고 있지만, 개파이는 여러 동네 애들과 잘 놀아주던 이였다. 소이의 꼬임에 넘어가기 이전부터 연두가 같이 어울린 애들과 그들에 의해 어느덧 다 퍼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아이의 공명심과 우쭐함에 자기가 유포했다고 착각하는 것에 불과하다.
9. 피신하지 않는 세종
개파이 카르페이가 훈민정음 반포식에 난입하여 세종을 향해 달려들어 점점 다가가고 있음에도, 무휼이 앞에서 일단 버티고 있다고는 하나 세종은 도통 도망갈 생각을 안하고 그 자리에 그저 서 있다.
--> 담대한 세종이 그저 무서움에 쫄아서 몸이 움직여 지지 않은 것은 아니고, 역사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시피 비만으로 인해 몸이 무거워 움직이지 못한 것일 뿐이다. 참고로, 궁수들이 화살을 쏘는 모습이 안보였던 것은, 단지 방송 시간 상 제약으로 편집에 의한 것일 뿐.
10. 이방지에 의해 살수로 키워진 윤평
까칠한 이방지에 의해 정식 제자로 인정 받지도 못하며 찬밥 신세로 이방지 밑에서 살수 수학을 받는 윤평, 무술 실력을 보면 차라리 가까이에 있는 개파이에게서 배우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 개파이가 밀본과 용병 계약서에 싸인한 것은 훨씬 나중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윤평이 실력이나 연배 면에서도 훨씬 위일 것인 개파이에게 쌀쌀맞다는 데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개파이가 후에 합류하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상당부분 뺏어가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11. 최후에 원수를 찾아가 피신하는 이방지
이방지는 죽기 직전에 왜 원수 같던 조말생을 찾아간 것일까?
--> 어제의 원수에게 오늘은 의탁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인생살이 참 알 수 없는 것. 밀본에 의해 당한 것이니, 신변을 보호 받기에는 그 가장 대척점에 있는 조말생이 타당한 선택이었을 것. 서로 무사로서 대인배라서 과거 원수였다고 하더라도 의탁하고 받아줄 수 있는 거였겠지만, 아마도 이방지가 밀본에 대한 아는 정보를 살짝 정도는 흘려줌으로써 장기 숙박 및 입원비를 대신하는 (시청자에겐 보여주지 않은) 거래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을 위해 죽기 전에 받아야 되는 돈이 있었거나 깔끔하게 매듭지어야할 금전 거래상 문제가 있었기에 찾아갔는지도.
12. 개파이의 막판 스타일 변신
더벅머리를 하고 다니던 개파이가 막판에 헤어 스타일을 바꾸고서 글자 반포식에 등장한 것은, 그저 관객과 시청자들에게 멋지게 보이고자 하는 이유없는 유치한 행동 아닌가?
--> 개파이는 그 자리가 자신의 최후가 될 것이라는 운명을 알고 있었다. 그 전에는 신분을 숨겨야 되는 입장이었지만, 본원의 마지막 명을 행하는 자리는 자신의 마지막 자리이기에 자랑스러운 돌궐 무사로서의 모습으로 최후를 맞고 싶었을 것이다.
13. 어색한 신발창
자세히 보면 채윤이나 무휼 등의 신발 바닥이 고무 쿠션 재질로 되어 있고 밑바닥에 홈도 있는 현대식 신발로 보여 어색하다.
--> 출상술이나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비밀. 그런 부분까지 너무 세밀하게 알려들면 드라마 보는 것이 피곤하게 된다.